정부가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계기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을 함께 손질해 한국 금융시장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채시장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2026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세계 주요 국채를 묶어 만든 대표 지수) 편입 이후의 시장 흐름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올해를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중동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처럼 대외 변수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해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한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자문위원회에서는 실제 투자자 구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도 공유됐다. 위원들은 WGBI 편입 이후 일본계 연기금 같은 중장기 투자자 비중이 단기 투자자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금보다 비교적 오래 머무는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으로, 시장에서는 국채 수요 기반이 한층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또 2024년 10월 WGBI 편입 발표 이후 최대 200여개, 실제 편입이 시작된 2026년 4월 한 달 동안 최대 80여개의 신규 투자자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수 편입은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자금이 자동 또는 전략적으로 들어오는 효과가 있어, 국가 채권의 국제적 접근성을 높이는 대표 경로로 꼽힌다.
정부는 국채시장 개선에 그치지 않고 외환시장 제도 개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같은 날 주요 시중은행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어 24시간 외환시장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앞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에서 오는 7월 24시간 외환시장 개장, 2027년 1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한국 외환시장은 국내 영업시간 중심으로 운영돼 해외 투자자들이 원화를 사고파는 데 제약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거래 시간 확대와 결제 인프라 보완으로 이런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구 부총리는 24시간 외환시장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를 외환위기 이후 유지된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 개선을 넘어 해외 투자자가 한국 자산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고, 원화의 국제적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제도 개편 효과가 본격화하려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자금 흐름이 이어지고, 시장 참가자들이 새 제도에 실제로 적응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국채의 수요 기반을 넓히고 외환시장 개방 폭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