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22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 조기상환 요구에 응하지 못하면서 1차 부도 처리됐고, 이는 중앙그룹 전반의 자금 사정 악화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전날 공시를 통해 6월 18일 채권자의 어음 지급 제시가 있었지만 예금 부족으로 결제 대금을 갚지 못해 같은 날 1차 어음 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어음은 한양증권이 보유한 중앙일보 기업어음(CP·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이다. 해당 어음의 실제 만기일은 2026년 12월 7일 120억원, 2027년 3월 30일 100억원으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만기 이전에 상환 압박이 현실화했다.
배경에는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있다. 최근 기한이익상실(EOD·계약에서 정한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가 만기 전이라도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발생하면서 한양증권이 조기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통상 이런 조항은 신용등급 하락이나 재무 상태 악화 같은 위험 신호가 포착됐을 때 작동한다. 즉, 이번 부도는 단순한 만기 도래 문제가 아니라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환 능력 저하를 우려해 계약상 권리를 앞당겨 행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보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양증권의 조기상환 요구에 대해 개별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18일 입장문에서 주채권은행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모든 채권자 사이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며, 특정 채권자에게만 만기 전 조기 상환을 해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은 금융회사가 부실 가능성이 커진 기업의 채무를 조정해 회생을 돕는 절차인데, 이 과정에서는 일부 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돈을 갚을 경우 다른 채권자와의 이해관계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중앙일보의 설명은 이런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양증권은 회수 가능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양증권은 19일 입장문에서 중앙일보 관련 3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이나 자산에 대해 지고 있는 위험 노출액) 가운데 약 80억원을 이미 회수했고, EOD 발생에 따라 남은 220억원에 대해 계약상 권리 행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선순위 담보와 담보신탁 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이 권리가 채무자의 일반 재산이나 다른 채권자와 구분돼 보호되며,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법적 효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중앙그룹 전체 익스포저와 관련해서도 6월 16∼17일 103억원을 회수했으며, 추가 대손 설정이 필요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한양증권은 6월 17일 중앙일보와 JTBC 등 중앙그룹에 대한 자사 익스포저가 840억원이고, 이 가운데 87%인 731억원이 연내 순조롭게 회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어음 부도에만 한정해 보기보다, 미디어 기업집단의 자금 조달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경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채권자 간 권리 행사와 담보 구조의 차이가 회수 속도와 손실 규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앙그룹의 자구 계획, 주채권은행과의 협의 결과, 그리고 다른 채권자들의 대응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더 확산할지, 아니면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정리될지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