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J 그로스(DFJ Growth)가 사상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약 1조 7,280억 원) 규모의 다섯 번째 플래그십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우주항공, 방위산업, 바이오테크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 영역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운용될 예정이다.
이번 펀딩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DFJ 그로스가 그간 예고해 온 장기 성장세의 연장선에 있다. DFJ는 지난 해 애플리케이션 보안 플랫폼인 엔도어랩스(Endor Labs)의 9,300만 달러 시리즈 B 라운드와 드론 위협 탐지 기업 히든레벨(Hidden Level)의 6,500만 달러 시리즈 C 투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대형 라운드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다.
이 회사가 처음 설립된 2005년 당시의 가정은, 상장 시점을 늦추는 벤처 기업들이 반드시 장기 성장 자금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가설은 시간이 흐르며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IPO 시장이 얼어붙은 현재, 대형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사설 시장에서 수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으며 DFJ는 이런 흐름 속에서 전방위적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runchbase에 따르면 DFJ의 지난 20년간 누적 투자는 최소 143건에 달하며, 대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으로는 테슬라(TSLA), 스페이스X, 코인베이스(COIN), 유니티(Unity) 그리고 방위 기술 스타트업 앤듀릴(Anduril)이 포함된다. 물론 호핀(Hopin)이나 카테라(Katerra)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패 사례도 있으나, 벤처 투자 세계에서는 성공 사례 몇 개가 전반적 수익률을 좌우하는 만큼 전체적인 수익성은 견조하다는 평가다.
DFJ 그로스는 앞서 2007년 2억 9,000만 달러 규모의 1호 펀드를 조성한 이후, 2021년에는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4호 펀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5호 펀드는 당초 목표였던 8억 달러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투자자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벤처 시장 전반이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인공지능과 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군에 대한 장기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DFJ의 이번 대형 펀드 조성은 이러한 산업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