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울트라 유니콘(Ultra-Unicorn)’ 기업들이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넘는 초거대 비상장 유니콘들의 포트폴리오를 다수 확보한 투자사 순위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이 시장이 얼마나 자금 집약형으로 진화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집계한 2025년 현재 211개의 울트라 유니콘 가운데 약 17개 기업이 올해 새롭게 합류했고, 전체 유니콘 목록의 단 13%에 불과하지만 총 기업가치의 절반 이상인 3조 5,000억 달러(약 5,040조 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 압도적 규모의 배경에는 대형 벤처캐피털 외에도 사모펀드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투자 건수 기준으로는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 Management),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Venture Partners), 액셀(Accel) 등이 선두에 올랐다. 특히 타이거 글로벌은 2022년 하반기 이후 투자 축소와 포트폴리오 청산 보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투자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브릭스, 스케일AI, 시인(Shein) 등 대표적인 울트라 유니콘에 자금을 집행했다.
눈에 띄는 점은 주요 투자사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이들은 벤처캐피털과 달리 보다 늦은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실제 포트폴리오 기업 수 기준으로 타이거 글로벌이 전체의 19%, 코튜(Coatue)가 18%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점령했고, 그 뒤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 Fund), GIC,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잇고 있다.
초기 라운드에 집중한 곳은 안드리센, 액셀, 세쿼이아였다. 이들은 시리즈 A와 B 단계에서 스케일AI, 데이터브릭스, 스트라이프(Strite), 클라르나(Klarna) 등에 일찌감치 투자했으며, 안드리센은 총 16개 기업에 초기 라운드로 참여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IDG 캐피털, HSG(구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텐센트 등이 몇 안 되는 초기 투자자로 꼽혔으며, 사모펀드는 초기 라운드에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낮다.
시드 단계에서는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독보적이다. 이 액셀러레이터는 전체 시드 투자건 중 10% 이상을 주도했으며, 스케일AI, 리플링(Rippling), 딜(Deel) 등이 대표 사례다. 그 뒤를 SV엔젤(SV Angel),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Initialized Capital), 소마 캐피털(Soma Capital), 홈브루(Homebrew)가 이었다.
라운드 금액 기준으로는 소프트뱅크와 그 비전펀드가 단연 선두다. 다만 여기에는 개별 투자사 자금이 아닌 전체 라운드 규모가 반영된다. 이 외에도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이 스케일AI, 오픈AI 등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안드리센과 세쿼이아 역시 80억 달러 이상 초대형 라운드에서 이름을 올렸다.
엑시트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기업가치 50억 달러 이상 기업 중 6개가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를 선택했으며, 피그마(12억 5,000만 달러), 나반(92억 달러), 클라르나(67억 달러) 등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비공개 IPO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4,820억 달러(약 694조 원)의 투자금이 이 대형 비상장사들에 유입된 상황에서, 추가 상장은 벤처 자금의 유동성 위기 타개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 유니콘의 성장은 이제 단순한 희소성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벤처·사모펀드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2025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며, 투자자 간 ‘조기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