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많은 DePIN 장비 중 절반은 꺼져 있습니다. 이제는 기술보다도 신뢰와 관리가 핵심입니다.”
30여 년간 IT 시스템 설계와 인프라 구축 경험을 쌓아왔고, 현재는 한국의 DePIN 기술을 선도하는 조정현(Allen Cho) Zetacube 대표와, MS-DOS 시절부터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해온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엔지니어 타히르 마흐무드(Tahir Mahmood) KRNL Labs 대표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실무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베테랑 기술인으로, DePIN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박스’를 함께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AI 연산 서버와 블록체인 기반 검증 시스템을 하나의 하드웨어에 통합한 형태로, 단순한 장비 배포를 넘어 자동화된 식별·관리 기능을 갖춘 차세대 분산형 인프라로 설계되고 있다.
토큰포스트는 두 대표를 만나 이들의 기술 철학과 공동 프로젝트의 방향, 그리고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AI 장비,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박스’가 돼야 합니다”
Zetacube는 AI·DePIN 전용 장비를 제조하는 한국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나노 디핀 센터(Nano DePIN Center)’는 랙형 서버에 AI 연산 장치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 기능을 통합한 일체형 장비로, 설치 후 바로 운영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조정현(Allen Cho) 대표는 “그동안 전 세계 수많은 DePIN 장비들이 무분별하게 설치됐지만, 실상 절반 이상이 꺼진 채 방치되어 있다”며 “이는 관리 시스템 없이 배포만 진행된 결과로, 자산 낭비이자 생태계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Zetacube는 장비 단위 식별과 상태 관리를 위한 자체 프로토콜인 NDP(Nano DePIN Protocol)를 개발했다. 각 장비에 지문(Fingerprint)을 부여해 블록체인 상에서 인증, 관리, 오케스트레이션을 자동화하는 구조다.
타히르 마흐무드(Tahir Mahmood) 대표가 이끄는 KRNL Labs는 AI 모델의 실행 과정을 설명하고, 데이터 출처와 결과값의 정합성을 보장하는 ‘Trustworthy AI’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Web3 기반 스타트업이다. ISO 42001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이 기술은 AI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추론을 거쳐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AI를 어디서 실행하든, 어떤 체인에서도 검증 가능해야 한다”며 타히르는 KRNL Labs가 개발 중인 Execution Sharding 기술이 체인 간 연산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박스로 만든다는 점에서 ‘진짜 DePIN’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플러그인’만으로 운영되는 AI 센터”
타히르 대표는 Zetacube의 나노 디핀 센터에 대해 “단순히 랙을 설치하는 수준이 아닌,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박스로 만든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장비는 10페타바이트(PB) 이상의 스토리지와 AI 연산 서버, 전력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이 통합된 상태로 공급된다. “전기만 연결하면 바로 작동하는,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AI 데이터센터”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타히르 대표는 “DePIN이 진짜 작동하기 위해서는 ‘누가 운영하고 있는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KRNL Labs가 제공하는 모델 설명력, 데이터 계보 추적, 보안 모듈 등이 Zetacube의 장비를 ‘신뢰 가능한 인프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몇 달 전 다낭에서 처음 만나 기술자로서의 철학과 경험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우리는 ‘2+2는 4’라는 공식을 그대로 신뢰하는 엔지니어들”이라는 조 대표의 말처럼, 감정이 아닌 논리로 기술을 설계하는 철학이 두 기업을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닙니다… DePIN의 ‘기저 인프라’입니다”
타히르 대표는 최근 Web3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이제는 플랫폼이 아닌, 신뢰 가능한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수천 개 모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학습되었고, 결과값은 얼마나 정확한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진짜 유용한 AI가 됩니다.”
KRNL Labs는 이를 위해 실행 셰어딩(Execution Sharding)과 데이터 귀속 증명 기술을 통해 체인 간 연산 실행과 데이터 소유권을 동시에 보장한다. 이 구조는 블록체인뿐 아니라 Web2, IoT 등 기존 시스템과도 연계가 가능하다. “하나의 박스에서 Web2와 Web3, AI 연산이 모두 이뤄지는 구조를 실현 중”이라는 설명이다.
Zetacube 역시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DePIN 생태계의 인프라 설계자라는 점에서, 두 회사는 물리적-논리적 계층을 모두 아우르는 기술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단순한 공동 제품 출시가 아니라, DePIN 산업 전반을 이끄는 글로벌 표준 제시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Zetacube의 하드웨어와 KRNL Labs의 프로토콜이 통합되면, 그 자체로 ‘표준화된 모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각국 정부 및 기관과도 협력해 이를 공식 규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타히르 대표도 “한국은 Web3와 AI 산업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Vitalik Buterin을 한국 블록체인 위크에서 만났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지금은 훨씬 더 기술 이해도와 생태계가 성숙해졌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DePIN은 도시, 네트워크, 산업 모두를 연결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대표는 DePIN 기술이 갖는 확장성에 주목했다. 단순히 AI 연산 장비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스마트시티, 국방, 물류,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조 대표는 “이미 아프리카, 인도, 중동 등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DePIN 장비 수요가 있다”며, “한국이 기술과 규제 두 가지 측면에서 균형 있게 나아가면, 글로벌 인프라 표준 수출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히르 대표 역시 “DePIN은 이제 막 태동한 시장이고, 진짜 문제를 푸는 기술이 경쟁력을 갖는다”며 “Zetacube와 KRNL Labs의 협력은 이 생태계의 본질을 건드리는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