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뚜렷한 불안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월가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S&P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04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로 촉발된 증시 급락을 단숨에 만회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는 냉정한 경제 현실과는 다소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미중 간 긴장 완화 기류와 기업 실적 방어, 그리고 견조한 고용지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미중 무역전쟁을 "지속 불가능하다"고 표현한 후 협상 기대감이 급부상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같은 맥락에서 재무부는 베센트 장관이 이번 주 스위스에서 중국 측 경제 수석 대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업 실적도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분석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업황 호조는 단기 랠리에 중요한 추진력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지속적인 랠리를 위해선 네 가지 조건 중 최소 두 가지인 미중 무역 타결과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가 충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선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만큼 상방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안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 역시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4월 9일부터 미국은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글로벌 10% 관세를 적용 중이며,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도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예고한 무역 재협상은 7월로 유예된 상태지만, 수십 건의 협상안을 현실화시키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국채 금리다. 10년물 수익률이 4.5%를 상회하게 되면 주식 수익률 대비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주가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국채 수익률이 고정된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주식과 채권 간 상관관계가 다시 부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체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전체 고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관세와 같은 공급 쇼크에 취약하다. 4월에는 예상보다 양호한 고용지표가 나왔지만, 관세 충격이 지연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개월간 고용 둔화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장은 현재 단기적 반등이라는 전제 위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지속적인 상승을 위한 정교한 조건 충족이 요구되는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관세 완화와 미중 합의,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되지 않으면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