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다시 혼조세로 마감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에너지 보조금 축소 조치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구리 관련 발언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철회 발표가 증시에 뚜렷한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상호관세' 강화 방침에 따라 구리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구리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등했으며,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뚜렷한 움직임이 관찰됐다. S&P 500도 이에 영향을 받아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0.1% 소폭 밀렸다. 다우지수는 0.4%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만이 근소하게 올라 혼조 흐름을 보였다.
친환경 개발주들에게는 악재가 된 또 다른 정책 변화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온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를 본격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날 퍼스트 솔라(FSLR)의 주가는 6.5% 급락했고, 발전회사 NRG 에너지도 4.7% 하락했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 기조 전환은 업계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날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조정은 페어 아이작(FICO)의 주가였다. 미국 주택금융감독국(FHFA)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VantageScore’라는 새로운 신용점수 모델 도입을 허가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시장을 독점해온 FICO는 8.9% 가까이 떨어져 S&P 500 내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VantageScore를 공동 운영 중인 에퀴팩스(EFX), 익스피리언(EXPGY), 트랜스유니언(TRU)은 모두 소폭 상승했다.
백신 정책 논쟁도 시장에서 변동성을 일으켰다. 미국 내 여러 의학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 정책 변화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소아 및 임산부 접종 일정에서 제외한 보건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자, 모더나(MRNA) 주가는 8.8% 급등하며 이날 S&P 500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 기대감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졌고, 미 국채 수익률 상승도 금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금 생산 대기업 뉴몬트(NEM)의 주가는 4.2% 하락했다.
한편, 인텔(INTC)의 구조조정 소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규제 공시에 따르면 인텔은 오리건 주에서 5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이는 새 CEO 립부 탄(Lip-Bu Tan)의 비용 절감 전략에 따른 일환으로, 시티그룹은 인텔 주식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인텔 주가는 7.2% 상승했다.
리튬 분야 대표 업체인 앨버말(ALB)도 7.2% 상승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6월 급락한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온 앨버말은 최근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변화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으며, 무역 정책 및 에너지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