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 변수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 거래가 한동안 얼어붙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로 불릴 만큼 주가가 급락한 후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 5천608억 원으로, 직전 주(7월 28일~8월 1일)의 평균치였던 19조 3천571억 원에 비해 19.6%나 감소했다. 특히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인 8월 4일에는 일일 거래대금이 13조 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 5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투자자들이 시장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고 관망 태도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8월 1일 장 마감 후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었다. 개편안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증세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 보유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고, 배당소득에 대한 최고 35%의 분리과세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반발을 샀다. 결과적으로 다음 날인 8월 1일 코스피는 3.88% 급락해 3,147.75로 밀려났다. 이는 지난달 31일 종가였던 3,245.44에서 하루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빠진 수치였다.
이후 정부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세제 개편안의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면서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았고, 8월 8일에는 다시 17.67포인트(0.55%) 하락한 3,210.01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조정을 받았다. 코스닥지수는 소폭 상승해 809.27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 흐름은 여전히 짙다. 세제 개편안의 최종 방향은 물론, 미국의 물가 흐름,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 부과 지속 여부 등 굵직한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21조 원을 넘겼던 거래대금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박스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3,100~3,300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할 경우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여 증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도 관세 이슈로 8월 중 일시적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투자자들이 정책 방향성과 대외 변수의 흐름을 더욱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개별 종목의 실적이나 업종별 차별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