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이 2026년 5월 20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받으면서, 한때 이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주목받던 기업이 급격한 사업 확장과 재무 악화 끝에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금양은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섰고, 2023년 7월 26일에는 주가가 장중 19만4천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기대를 키운 성장 구상이 실제 수익성과 자금 조달 능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업 가치도 빠르게 흔들렸다.
문제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 시장 여건 악화와 맞물리며 본격화됐다. 금양은 몽골과 콩고 광산 투자, 부산 배터리 공장 추진 등 대규모 사업을 벌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4년 9월 4천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 즉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이차전지 업황이 식었고,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은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회사는 지난해 2월 유상증자를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공시를 뒤집은 책임으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벌점 부과를 받았다.
상장폐지 결정으로 이어진 핵심 배경은 반복된 공시 신뢰 훼손과 심각한 재무 불안이다. 금양은 앞서 몽골 광산의 실적 전망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논란 끝에 이미 한 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애초 4천억원대 매출과 1천6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제시했던 추정치를 1년여 만에 각각 66억원과 13억원으로 낮추면서 시장 신뢰에 큰 타격을 줬다. 이어 지난해 3월 외부 회계법인이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을 거절했고,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해 3월 21일 종가 기준 주가는 9천900원으로, 최고가 대비 94.9% 급락했다. 외부 감사인은 올해 3월에도 2025년 12월 31일 종료 보고기간에 영업손실 418억3천600만원, 당기순손실 535억8천700만원이 발생했고 같은 날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천112억4천300만원 많다며 다시 의견거절을 냈다.
이번 사안은 한 기업의 상장 유지 여부를 넘어 부산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금양은 부산에 본사를 둔 데다 지역에서 미래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실제로 부산시는 최근 몇 년 동안 금양과 투자 양해각서를 맺고, 이차전지·모빌리티 기회발전특구 지정 추진과 규제 완화 지원에 나서는 등 육성 정책을 펴왔다.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금양 관련 투자에 참여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은행은 금양에 1천348억원을 대출했지만 감정가 2천억원 규모 담보를 확보했고 400억원 이상 충당금도 적립해 직접적인 금융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양이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부산시청과 부산상공회의소에 원스톱 긴급지원센터를 마련해 협력업체와 직원 피해를 접수하고 긴급운전자금 지원 등 대응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패를 넘어, 성장 기대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앞으로는 공시 신뢰성과 실제 재무 체력, 사업 실행 능력을 더 엄격하게 검증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