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3일 첫 회동을 갖고, 중동 정세 불안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만남은 신 총재가 지난 21일 취임한 뒤 이틀 만에 이뤄진 첫 공식 회동으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최근 경제 여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신 총재는 성장과 물가가 서로 충돌하는 국면에서 정책 간 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구 부총리도 재정·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국제 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경기는 둔화할 수 있지만 물가는 다시 오를 수 있어, 정부와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대응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경기 하방 위험과 물가 상승 압력이 함께 커지는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정책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응해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외환시장과 원화 제도 개선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구 부총리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더 정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측은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원화 국제화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해외 투자자와 기업이 원화를 더 편리하게 거래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의 깊이를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두 사람은 단기 현안뿐 아니라 구조개혁 과제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성장잠재력 확충, 양극화 해소, 인공지능과 녹색 대전환, 초혁신 경제 같은 중장기 과제에서 한국은행의 연구 기능과 정부 정책을 연계하겠다는 취지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자주 연락하며 제도 개선과 구조개혁 문제까지 폭넓게 상의하겠다고 했고, 구 부총리도 수시로 만나 소통하자고 밝혔다. 한편 신 총재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웃돈 데 대해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대외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얼마나 긴밀하게 보조를 맞추느냐에 따라 시장 안정과 성장 흐름의 지속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