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판타지 복장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독일 업체 부르크슈나이더(Burgschneider)가 미국 켄터키주에서 개최할 예정인 실감형 롤플레잉 행사 ‘브랜디와인 페스티벌(Brandywine Festival)’로 킥스타터(Kickstarter) 모금 목표치를 크게 초과 달성했다. 이번 행사는 톨킨 세계관을 기반으로 기획된 미국 내 첫 대형 라이브 액션 롤플레잉(LARP) 프로젝트로, 1100명에 가까운 후원자로부터 총 52만 9,000달러(약 76억 1,600만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초 목표였던 8만 달러(약 1억 1,500만 원)를 훌쩍 뛰어넘은 성과로, 팬 커뮤니티의 강력한 결집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브랜디와인 페스티벌은 2025년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총 6일간 진행되며, 참여자는 마치 반지의 제왕 속 샤이어 마을에 들어온 듯한 환경에서 다양한 테마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드레스업, 음식, 맥주, 춤과 불꽃놀이가 어우러지는 이 행사는, 단순 관람이 아닌 스토리 기반 몰입형 경험을 지향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부르크슈나이더는 엠브레이서 그룹 산하 미들어스 엔터프라이즈(Middle-earth Enterprises)와의 협업을 통해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해 톨킨 세계관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행사에 녹여냈다.
부르크슈나이더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인 마르쿠스 뵘(Markus Boehm)은 10대 시절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접한 뒤 판타지 롤플레잉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게임 스토어를 운영하며 중세 복식 전문가 안드레아스 파울(Andreas Paul)과 만나 현재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2014년 법인 설립 이후 부르크슈나이더는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연간 수만 명이 참여하는 LARP 장비 제작 및 이벤트 운영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LARP 이벤트 운영사인 라이브 어드벤처(Live Adventure)를 인수하며 글로벌 확장의 전환점을 맞았다.
뵘은 “브랜디와인 프로젝트는 미국 시장을 시험해보기 위한 소규모 기획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며, “1000장 이상의 티켓이 조기 완판되며 강력한 팬덤이 형성됐고, 이는 향후 국제적 확장을 위한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팬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제작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한 복장을 입고 특정 세계관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참여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현재 부르크슈나이더는 롤플레잉 이벤트에서 체험한 감정과 이야기를 일상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스트리트웨어 및 관련 상품을 제작하는 플랫폼 인수를 진행 중이다. 참가자 스스로 세계관에 몰입하며 디자인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Cocreation)’ 모델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는 현대 팬덤 문화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뵘은 “코스튬이 아닌 진짜 옷, 테마파크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의 세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향후 부르크슈나이더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브랜디와인 페스티벌의 연간 정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 및 공식 IP 기반의 신규 행사도 준비 중이다. 이미 해즈브로(Hasbro)와 게임즈 워크숍(Games Workshop) 등과 협력하여 던전 앤 드래곤(D&D), 워해머(Warhammer) IP 기반 프로젝트도 발표됐으며, 비공개 계약들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르크슈나이더는 이를 통해 전 세계 팬 커뮤니티의 창조적 열정을 결집시켜, “현실 속모험”이라는 새로운 게임 문화를 구축해나간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