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며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는 전략적 행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하이에 새로운 R&D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센터는 중국 고객의 요구와 미국의 수출 규제를 모두 고려한 기술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R&D 센터가 실제로 칩 설계나 생산에 관여하진 않으며, 핵심 기술(IP)이나 GPU 설계도 중국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엔비디아 측의 설명이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GPU 설계를 중국에 보내 수출 통제에 맞도록 수정하도록 요구한 적도,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센터는 현지 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연구하고, 현재 상하이에 근무 중인 기존 직원들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 확보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엔비디아의 *현지화 전략*으로 해석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미 정부가 H20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에 제한을 가하면서 회사가 약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H20 칩은 이전 규제를 피하도록 설계됐지만 다시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중 발표된 사우디 투자 파트너십 소식에 힘입어 주간 기준으로는 약 16% 상승했다. 미국 내 규제와는 별개로 글로벌 기술협력 확대를 기대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지속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상하이 R&D 센터 설립은 그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