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CRM)가 또 한 번 강력한 실적을 발표하며,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인수인 인포매티카(INFA) 인수를 공식화했다. 신제품 출시와 인공지능(AI) 전환에 힘입어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이에 힘입어 올해 연간 전망치도 상향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으로 2.58달러(약 3,600원)를 기록하며 월가 예측치인 2.54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98억 3,000만 달러(약 14조 1,600억 원)로, 시장 예상치인 97억 5,000만 달러를 넘겼다. 순이익 역시 15억 4,000만 달러(약 2조 2,3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날 실적 발표 하루 전, 세일즈포스는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매티카를 80억 달러(약 11조 5,2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2021년 슬랙(Slack) 인수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슬랙 인수는 271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였지만, 이후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세일즈포스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인수합병(M&A)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포매티카 인수는 'M&A 재개 선언'과 같다. 실제로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CEO는 어닝콜을 통해 “20년 전부터 인포매티카 인수를 염두에 뒀다”며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인포매티카는 여전히 작은 회사이며, 글로벌 유통망을 갖추지 못했다. 세일즈포스가 이 제품을 전 세계에 보급할 수 있는 유통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사업적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AI 전략 강화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인포매티카는 데이터 이동 및 정제에 특화된 ETL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일즈포스 내부의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와의 결합을 통해 데이터 통합·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세일즈포스가 'CRM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신뢰받는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에이전트포스 기반의 업무 자동화는 비용 절감에도 큰 효과를 내고 있다. 로빈 워싱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 고객 지원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500명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약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절감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다만 에이전트포스의 수익 기여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회사는 "현재는 확산 이후 수익화를 위한 기초 작업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술 통합 시간과 난이도를 우려하고 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하워드 마 애널리스트는 “세일즈포스는 과거 인수한 기업들과의 기술적 통합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했으며, 일부는 여전히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광범위한 수입 관세는 아직 세일즈포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사안에 별다른 우려를 드러내지 않았다.
세일즈포스는 2분기 실적 전망으로 EPS 2.76~2.78달러, 매출 101억 1,000만~101억 6,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연간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연간 EPS 예상치는 기존 대비 약 0.16달러 높은 11.27~11.33달러, 연간 매출 예상치는 410억~413억 달러로 늘었다.
다만 워싱턴 CFO는 마케팅 및 커머스 소프트웨어 부문의 약세가 올해 성장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해 들어 세일즈포스 주가는 17% 하락했으며, S&P 500지수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포매티카 인수 이후 세일즈포스가 AI 중심 플랫폼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이번 M&A는 향후 행보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