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XR) 기술의 미래를 가늠할 대규모 산업 행사인 ‘2025 증강현실 엑스포(AWE 2025)’가 오는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약 6,000명의 참가자와 400여 명의 강연자, 그리고 3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XR 생태계 전반의 최신 동향과 전략이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스냅의 에번 스피걸, 아타리 창립자 놀란 부쉬넬, 오큘러스 및 안두릴 창업자인 파머 럭키 등 XR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행사 주최자인 오리 인바 AWE CEO는 “XR 대중화는 직관적이고 강렬한 콘텐츠에 달렸다”며, 여전히 산업 전반에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한때 네일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착안한 ‘메타버스’ 개념이 XR 기술 확산을 주도했지만, 현재 시장은 보다 실용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 교육, 방위산업 등 분야별 특화된 고객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과거의 공상과학적 상상보다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변모하는 중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선 메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타는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래 XR 분야에 매 분기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왔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략을 재조정하면서 XR 기술에 대한 우선순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파머 럭키가 현재 이끄는 안두릴과 메타가 최근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과거의 갈등을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XR 시장의 경쟁구도는 애플과 스냅 등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주목받았지만 최근 차세대 XR 기기 개발 속도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냅은 자사 운영체제를 탑재한 5세대 스펙터클스를 앞세워 공간 컴퓨팅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 산업의 전설인 놀란 부쉬넬은 자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XR을 활용한 차세대 게임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의 장남 브렌트 부쉬넬이 설립한 드림파크는 공원이나 운동장을 혼합현실 테마파크로 전환하는 신생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에는 이 밖에도 루카스필름, 메타, 퀄컴, 구글, 워너레코드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XR 및 메타버스 담당 고위 임원들이 대거 강사로 나서 최신 전략과 기술을 공유한다. 여기에는 ILM 임머시브의 비키 돕스 벡, 퀄컴의 지아드 아스가르, 구글의 휴고 스와트 등을 포함한 XR 업계 중심 인물들이 참여한다.
이번 AWE 2025에서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AWE 빌더스 넥서스’가 새롭게 도입된다. 이 프로그램은 예비 창업자 및 XR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투자 유치, 전략적 제휴 기회 등을 제공해 업계 진입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한편 전시 부스에서도 각사 최신 기술이 시연된다. 바이트댄스 산하의 피코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으며, 위치 기반 엔터테인먼트 시장 확대를 겨냥한 최신 XR 헤드셋 라인업과 전신 모션 트래커를 공개한다. 피코는 이미 중국 LBE 시장에서 최근 6~9개월간 수익이 1000% 성장했다고 밝혔다.
AI 기반 가상 아바타 기술을 개발 중인 콘바이는 고해상 3D 캐릭터 생성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며, 손짓만으로도 XR 인터페이스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더블포인트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제스처 인식 시스템을 시연한다. 해당 기술은 엑스리얼 등 AR 글래스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사용 환경에 적용되고 있다.
이번 AWE 2025를 통해 XR 산업은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메타버스, 인공지능, 공간 컴퓨팅, 디지털 휴먼 등과의 융합 가능성을 모색하며, 단순한 시연을 넘어 실질적인 생태계 확장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