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미국 국방 기술 스타트업 앤듀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와 손잡고 차세대 군사용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나섰다. 첨단 혼합현실 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이 프로젝트는 미군의 전술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업은 메타의 혼합현실 개발 부문인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와 앤듀릴이 공동으로 진행하며, 양사는 '이글아이(EagleEye)'라는 이름의 웨어러블 라인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글아이는 전투 환경에 최적화된 스마트 헬멧과 고글 등으로 구성되며, 가상현실(VR)과 혼합현실(MR)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착용자의 청각과 시각 능력을 증강하고, 원격 무인 시스템 제어 능력까지 제공하는 점이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 핵심에는 메타의 오픈소스 AI 모델군 '라마(Llama)'가 있다. 고성능 데이터센터 서버용 모델 외에도, 헤드셋 등 컴퓨팅 자원이 제한된 장비에서도 작동 가능한 '라마 3.2-1B'와 같은 경량형 모델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앤듀릴이 자사 방산 제품에 탑재하는 운영 체제 '래티스(Lattice)'도 포함되어, 다수의 디바이스가 수천 개의 센서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앤듀릴은 이와 관련해 래티스 메시에 기반한 신경망형 통신 기술을 도입해 암호화된 연결망을 통해 데이터 우선순위를 자동 조절하며 안정적인 전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송 대역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핵심 정보의 전달을 우선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메타 측은 이번 협업이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인지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컴퓨팅 시대의 개막"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국가 안보 분야에서 민간 기술의 기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민간 AI 및 혼합현실 기술이 군사력 향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두 회사는 현재 미 육군이 발주한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의 가상현실 장비 공급 계약에 공동 입찰 중이다. 이 계약은 'SBMC 넥스트'라는 기술 조달 사업의 일환으로,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220억 달러(약 3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서 앤듀릴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제치고 선도 공급 업체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군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앤듀릴 CEO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는 과거 초창기 가상현실 스타트업 오큘러스를 창업한 인물로, 2014년 당시 페이스북(현 메타)이 이 회사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며 지금의 리얼리티 랩스를 출범시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협력이 미국의 차세대 군사 전략에 어떤 돌파구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