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몰고 온 데이터 홍수 속에서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됐던 테이프 스토리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 보안성 측면에서 테이프 저장 기술이 AI 시대의 새로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립틱 인포의 창립자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비니 초인스키는 최근 열린 데이터 보호 및 AI 서밋에서 “테이프 스토리지가 다시 주목받는 건 IT 워크플로우에서 비용과 효율성이라는 오래된 화두를 AI 시대에 맞게 풀어가는 방식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AI를 우선순위에 둔 기업이라면 테이프 기술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펙트라 로직의 최고마케팅책임자 미치 시글과 최고기술책임자 데이비드 펠러도 이번 행사에 패널로 참여해, 테이프가 AI 환경에서 회복성, 지속가능성, 확장성 세 가지 관점에서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AI 모델 운용은 과거의 일부 샘플 데이터가 아닌 방대한 원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저렴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테이프라는 것이다.
펠러는 “GPU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려면 단기적인 데이터 활용은 물론, 수개월에 걸친 반복 학습과 수년에 걸친 장기 보존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자율주행차, 영상 생성 등 AI 작업에는 지속적인 모델 재학습이 필수이고, 이를 지원하는 백엔드 인프라 가운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대안이 테이프”라고 설명했다.
보안 측면에서도 테이프의 가치가 부각된다. 시글은 “테이프는 공기 차단 저장(Air Gap)을 지원하는 몇 안 되는 기술로, 랜섬웨어나 외부 침입에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디지털 주권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며, AI 시대에 폭증하는 데이터의 보존 및 통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테이프 스토리지가 최신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남아있지만, AI가 이끄는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아 저장 방식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PU와 같은 고성능 연산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전력·저비용·대용량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테이프의 매력이 다시금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AI의 확산이 테이프라는 고전적인 기술을 다시 기업 전략의 중심에 세워놓고 있는 지금, 테이프 스토리지는 단순한 저장 솔루션을 넘어 AI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과 심층 전략을 지탱하는 *인프라의 재발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