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닝 네트워크 ‘리밸런싱 딜레마’…라우팅 신뢰 흔들리나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리밸런싱 비용을 둘러싼 ‘기다림 게임’이 고착되며 라우팅 신뢰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채널 불균형과 유동성 집중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 해법들도 근본적 해결에 실패하고 있다.
비트코인(BTC)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유동성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은 모두가 원하지만, 정작 먼저 비용을 내고 시작하려는 참여자는 드물다. 결국 누구도 움직이지 못하는 ‘멕시칸 스탠드오프’가 반복되며 라우팅(결제 경로 중계) 신뢰도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트닝은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레이어2(L2) 결제망으로, 채널 기반으로 빠르고 저렴한 소액 결제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자금이 송금자에서 상인 등 ‘구조적 수취자’ 방향으로 한쪽으로 쏠리기 쉬워, 시간이 지날수록 채널 한쪽 잔고가 고갈되는 ‘채널 디플리션’ 편향을 안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리밸런싱’ 앞에서 멈춰 선 이유
채널 불균형이 만든 비용 게임…“먼저 내면 손해”
채널이 한쪽에만 BTC가 쌓이고 반대편이 비면, 양방향 전송이 어려워져 라우팅 관점에서 채널이 사실상 ‘반쯤 고장’ 난 상태가 된다. 여러 노드가 원형 경로를 이루고 있을 때 각자 BTC를 한 바퀴씩 밀어 넣으면 모두의 채널 상태가 개선되지만, 문제는 이 작업을 시작하는 쪽이 라우팅 수수료를 먼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다리면 다른 노드가 대신 비용을 내고 리밸런싱을 유도해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쪽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먼저 실행하면 모든 홉(hop)에 수수료를 내야 하니 손해처럼 보인다. 집단적으로는 협력하는 편이 가장 이득이지만, 개별 노드 입장에서는 ‘남이 먼저 하길 기다리는’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딜레마가 고착화된 셈이다.
용량은 늘었지만 채널은 줄었다…지표가 보여주는 현실
네트워크 규모 지표도 엇갈린 신호를 내고 있다. 라이트닝 총 용량은 2025년 12월 약 5,600BTC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이는 바이낸스와 OKX 등 기관성 예치가 기존 채널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흐름은 다르다. 최고치였던 5,600BTC를 넘었던 용량은 현재 4,884BTC로 감소했고, 결제 채널 수는 2023년 중반 8만 개 이상에서 현재 약 4만5,000개로 크게 줄었다. 유동성이 소수 채널로 ‘응집’되며 그래프(연결망)는 축소되고, 한쪽으로 치우친 채널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0년 가까운 해법들, 왜 스탠드오프를 못 깨나
그동안 업계는 불균형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내놨다. 알렉스 보스워스(Alex Bosworth)의 ‘서브마린 스왑’(온체인-라이트닝 간 스왑), 라이트닝 랩스의 루프(Loop)와 라이트닝 풀(Lightning Pool), 코어 라이트닝의 리퀴디티 애즈(Liquidity Ads), 암보스 테크놀로지스의 마그마(Magma), 각종 리밸런싱 스크립트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온체인 수수료 부담, 이용 감소, 체결이 드문 시장 등 현실적 제약으로 ‘반복되는 스탠드오프’를 근본적으로 없애진 못했다.
라우팅 연구자 르네 픽하르트(René Pickhardt)는 현 프로토콜 설계에서 ‘이기적 라우팅’이 계속되면 대부분 채널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6년 1월 논문에서 대칭 수수료, 구간형(볼록·계층형) 수수료, 조정된 보충(coordinated replenishment)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앞선 두 가지는 노드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마지막 해법은 ‘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신뢰 없이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라이트닝이 정작 유동성 문제 앞에서는 ‘조정’이라는 숙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향후 개선 논의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류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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