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가 두 가지 오픈소스 로봇 설계도를 공개하며 자사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로봇은 각각 ‘HopeJR’과 ‘Reachy Mini’로, 누구나 설계도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미 GPU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NVDA)와 IBM(IBM) 등에서 3억 9,000만 달러(약 5,620억 원)가 넘는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아 온 허깅페이스는 AI 오픈소스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하드웨어 플랫폼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HopeJR은 로봇 팔 2개를 탑재한 휴머노이드형 로봇으로, 사용자가 전용 장갑을 착용해 움직이면 그 동작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허깅페이스가 공유한 데모 영상에서는 악수를 하거나, 종이에 적힌 문장의 특정 부분을 정확히 가리키는 등의 섬세한 행동도 구현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 로봇은 스타트업 ‘더 로봇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으며,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로봇팔 ‘SO-100’ 역시 동일 파트너십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두 번째 제품인 Reachy Mini는 책상 위에 올려 사용할 수 있는 소형 거북이 형태의 로봇이다. 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폴렌 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목이 움직이는 구조는 자체 액추에이터 ‘오르비타(Orbita)’를 통해 구현했다. 사용자의 위치를 따라 고개를 돌리거나, 거북이처럼 몸체 속으로 목을 집어넣는 기능이 가능하다.
허깅페이스가 이들 로봇 설계도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유는 단순한 판매 수익보다 생태계 확산과 AI 연구 기반 확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플랫폼 ‘LeRobot’을 출범시키며 로봇 관련 AI 모델과 학습용 데이터셋을 한데 모은 이 기업은, 기업들이 이 로봇을 활용해 실제 산업용 AI 모델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HopeJR과 Reachy Mini의 사전 조립 버전은 각각 약 3,000달러(약 432만 원), 250달러(약 36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며, 연말까지 첫 출하가 이뤄질 계획이다. 하지만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기능을 커스터마이징하고자 할 경우에는 오픈소스 설계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
이로써 허깅페이스는 기존 AI 플랫폼 중심에서 벗어나 물리적 로봇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며 기술 대중화와 실험적 응용 모두에 활로를 열었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새로운 오픈소스 생태계의 탄생이 어떤 산업적 혁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