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진화가 재무 부서를 단순한 숫자 계산에서 전략적 중심축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더 퓨처 오브 파이낸스 리빌드(The Future of Finance. Revealed.)’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금융(autonomous finance)이 CFO의 역할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통찰이 공유됐다. 행사에서 연사들은 AI 시스템이 단순 반복 작업은 물론, 조직 간 경쟁력 확보의 열쇠로 작용하는 현실을 조명하며 기존의 재무 운영 방식이 어떻게 재정의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알록 아즈메라(Alok Ajmera) Prophix 최고경영자(CEO)는 AI를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생각하면 오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AI는 결국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의 조합일 뿐 공상과학이 아니다”라며 “걱정해야 할 위험은 AI가 여러분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능숙히 활용하는 경쟁자가 여러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AI의 확산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기업 전략과 직결된 경영 리스크임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CFO는 단순 계산이 아닌,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전략가로 진화하고 있다. Prophix의 CFO 애런 레빈(Aaron Levine)은 “과거처럼 마감 업무를 반복하는 대신, 우리는 이제 가설 설정과 시나리오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AI가 재무 리더십을 전략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rophix의 AI 시스템은 예산 관리, 모델링 등 기존에 사람의 손이 닿던 작업을 실시간으로 자동 실행하며, 이는 의사 결정 속도를 단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다만 '빠르기만 한 AI'는 더 이상 해답이 아니다. 신뢰 가능한 AI만이 조직 내 정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Prophix는 '블랙박스’ 대신 ‘유리박스(glass-box)’ AI 구현 방식을 채택했다. AI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할 수 있게 설계돼 재무 전문가들이 안심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Prophix의 최고 AI·신뢰 책임자 제프리 응(Geoffrey Ng)은 “우리의 목표는 CFO의 언어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의미 있는 결과로 전환해주는 AI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Prophix One 플랫폼이 제공하는 자연어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의 수준을 넘어선 진화를 예고한다. Prophix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누라그 야그닉(Anurag Yagnik)은 자율 금융의 본질을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직접 전략을 설정하고 실행까지 인도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제 재무 부서는 보고 행위가 아닌 ‘결정’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rophix의 AI 에이전트는 단순하게 코드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까지 한다”며 AI가 단순한 도우미가 아닌 진정한 디지털 동료로 기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퓨처 오브 파이낸스 리빌드' 행사는 단순히 신기술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AI가 이미 기업 운영에 어떤 식으로 내재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AI를 바라보는 두려움과 기대 사이에서, 기업들은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그 흐름에 뒤처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Prophix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은 데이터 해석보다 데이터 실행력이 중요한 시대이며, 자율 금융을 통해 향후 CFO의 역량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