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금융 규제기관들이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다루려는 은행들의 부담이 줄고, 점차 늘어나는 전통 금융과의 접점에서도 명확성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는 최근 공동 성명을 발표해, 기존 규제를 기반으로 은행이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새로운 규칙은 없지만, 은행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에 앞서 사이버보안과 프라이빗키 관리, 민감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한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기관들은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특수성과 빠르게 변화하는 성격을 감안해, 은행 내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 상품 수준의 리스크 통제와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해당 서비스를 계획하는 은행들에겐 상당한 준비가 요구되는 셈이다.
한편 중요한 변화는 중요 심사 기준이던 ‘명성 리스크(Reputational Risk)’ 항목이 감독 기준에서 제거됐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하 치하에서 선출된 새 OCC 국장 조너선 굴드(Jonathan Gould)가 합류하면서 이뤄진 상징적 조치로, 그간 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업과 협력하는 데 제한 요소로 작용해온 평판 리스크 우려가 사라지게 됐다. 굴드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비트퓨리(Bitfury)와 OCC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력을 가진 인물로, 업계는 이번 인사가 규제 당국 내 암호화폐 이해도와 위상을 높일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최근 OCC는 은행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디지털 자산을 편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FDIC 역시 암호화폐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별도 보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각 기관이 단계적으로 완화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이번 공동 성명은 암호화폐 거래, 수탁, 청산 등의 관련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적 명확성과 추진 동력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산업 분석가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이번 발표는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이 접점을 넓혀갈 수 있는 구조를 명확히 그려준 움직임"이라며, 은행과 규제당국 간의 관계가 훨씬 밀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환경이 점차 정립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접근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