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의 회복세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경쟁도 다시 불붙었다. 특히 테더(USDT)의 발행량을 둘러싸고 이더리움(ETH)과 트론(TRX) 네트워크 간의 점유율 변화가 비트코인(BTC)의 가격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저들이 선택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단순한 수수료 문제를 넘어, 시장 심리와 자산 보안에 대한 인식까지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트론의 USDT 점유율은 이더리움의 약 3분의 1에 불과했으나, 2021년 비트코인이 6만 4,000달러(약 8,896만 원)를 돌파하던 시기를 기점으로 트론은 처음으로 이더리움을 앞섰다. 같은 시기 트론의 낮은 수수료 체계와 빠른 전송 속도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실사용을 위한 네트워크로 트론을 택하면서 총 USDT 공급량이 급증했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트론의 강세는 더욱 뚜렷해졌고, 이 기간 동안 이더리움 대비 트론의 USDT 공급량은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1,200억 원) 차이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2025년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를 넘어선 시기에는 이더리움의 점유율이 반등, 양 네트워크 간 격차가 다시 좁혀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가격 상승기나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보안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을 선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크립토퀀트는 설명했다.
현재 트론은 공급량뿐만 아니라 거래량 측면에서도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기준, 트론 네트워크에서 처리된 USDT 전송 규모는 약 694만 달러(약 96억 6,000만 원)로 이더리움의 131만 달러(약 18억 2,000만 원)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거래량 격차는 터키,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신흥국 사용자들이 TRC-20 기반의 USDT를 일상생활에서 대안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과 맞물린다.
다수 글로벌 거래소들이 기본 거래망으로 TRC-20을 채택하면서 트론의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 USDT는 현재 800억 달러(약 111조 2,000억 원)를 넘는 공급량을 기록 중이며, 이 채널을 통해 트론은 스테이블코인 중심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트론은 최근 SRM 엔터테인먼트와의 우회 상장을 통한 IPO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에릭 트럼프 관련 루머는 공식 부인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상장 시도 자체가 트론 생태계의 성장을 외부 자금 유입으로 확장하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USDT의 트론과 이더리움 간 균형 변화는 단순한 플랫폼 간 경쟁을 넘어, 사용자들의 심리와 위험 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앞으로의 비트코인 사이클 속에서도 이 두 네트워크 간 USDT 점유율의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시장의 민감한 흐름을 읽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