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항공 수요 위축(demand destruction)*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미국 항공사들이 단기적인 이점을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항공 운송 산업의 구조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민간 항공 분석업체 비주얼 어프로치 애널리틱스(Visual Approach Analytics)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국제 항공 시장에 ‘체계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항공 산업은 세계를 연결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를 지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역으로 탈세계화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정책의 영향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을 방문한 해외 여행객 수는 전 세계 평균 10% 감소했으며,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는 25% 이상 급감했다. 비주얼 어프로치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시황 악화를 넘어 ‘경제 시나리오에 따라 구조적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항공사들은 제한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 예컨대 델타항공(DAL)은 여름 성수기 예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이는 미국 내에서 결제되는 항공권이 상대적으로 해외 항공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다.
그러나 항공 장기 수요의 양상은 다르다. 델타항공의 에드 배스티안(Ed Bastian) 최고경영자(CEO)는 “관세가 붙는 항공기는 도입을 연기할 계획”이라며, 올해 추가 확장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항공사들이 해외 제조 항공기를 들여오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전략적인 보류 상태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델타뿐 아니라 주요 항공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델타는 11% 급락했고, 아메리칸항공(AAL), 유나이티드항공(UAL), 사우스웨스트항공(LUV)은 각각 13%, 12%, 10%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방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체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주얼 어프로치 측은 “글로벌 연결망이 약화되면 항공 산업은 회복이 불확실한 수요 손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항공사들조차 지금의 유리한 국면이 계속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공 산업은 국제 교류와 공급망의 안정성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정치적 변동성과 보호무역이 불러올 구조적 타격을 가장 먼저 경험하는 대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확대는 단순 무역 정책 이상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