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제조사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TAP)가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 지출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는 지출 축소에 나설 계획이다.
몰슨 쿠어스는 연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한 자릿수 후반대'에서 '한 자릿수 초반'으로 낮췄다. 매출 성장률 역시 기존의 소폭 증가에서 소폭 감소로 전환했다. 회사는 밀러 라이트와 쿠어스 라이트 등 대표 브랜드의 수요 감소와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이 이번 가이던스 조정의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개빈 해터슬리(Gavin Hattersley)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한 가운데, 지정학적 이슈와 세계 교역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소비자 신뢰와 물가 전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맥주 업계 전반의 소비 트렌드에 부정적 압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에 따라 비핵심 예산과 자본 지출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은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효율성 중심의 운영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몰슨 쿠어스는 지난 분기 순이익 0.50달러, 매출 23억 달러(약 3조 3,120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모두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를 하회한 수치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1% 급감했으며, 이는 브랜드 수요 위축과 함께 지난 해 포트워스 공장 파업에 대비해 과잉 확보했던 유통 재고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가장 큰 타격은 물량 감소에서 비롯됐다. 회사에 따르면 실제 판매량은 16% 줄었으며, 이 중 일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위탁 생산 철회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특히 경쟁 심화가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이날 발표 직후 몰슨 쿠어스 주가는 약 5% 하락하며 3개월 내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은 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재조정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실적 조정과 전략 변화는 소비 경기 둔화라는 보다 광범위한 트렌드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특히 비슷한 업종의 칩톨레, 펩시코, 포드 등도 최근 수주 전망을 수정하거나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소비 회피 대응'에 나서고 있어, 몰슨 쿠어스 사례는 단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몰슨 쿠어스가 중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히 확보 중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매크로 환경 불확실성과 소비자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