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살펴보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채용 기술의 부상과 일자리 구조 재편이 두드러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사·채용 및 고용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액은 올해 23억 달러(약 3조 3,120억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성기 대비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변화하는 고용시장에 순응하거나 그 변화를 이끌 스타트업들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AI 기반 채용 도구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머코어(Mercor)는 이 분야의 대표 주자로, 올해 2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이력서 자동 검토, 후보자 매칭, 인터뷰 실행 등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메타뷰(Metaview) 또한 인터뷰 분석에 특화된 기술로 3,500만 달러(약 504억 원)를 유치했고, 뉴욕 기반의 퍼펙트(Perfect)도 인재 탐색 및 메시지 자동화를 통해 2,300만 달러(약 331억 원)를 받아 주목받고 있다.
눈여겨볼 흐름은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고용을 위한 플랫폼 확대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잡앤탤런트(Job&Talent)는 로컬 단기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1억 800만 달러(약 1,555억 원)를 추가 유치하며 누적 약 1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모았다. IT, 건설, 외식 등 특화 산업을 겨냥한 플랫폼들—예컨대 코멧(Comet), 마이터(Miter), 엑스트라카다브라(Extracadabra)—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지금의 기술 사이클에서 새로운 직업의 창출보다는 기존 역할을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수행하게끔 만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고객 지원 등 자동화에 취약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고 있는 반면, AI나 생산성 도구 사용에 능숙한 인재는 점점 더 각광받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CRM 자동화를 표방한 오라셀(Aurasell)은 최근 시드 라운드에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조달했고, 업무 효율 극대화를 위한 디지털 도입 지원 플랫폼 왓픽스(Whatfix)는 지금까지 2억 6,000만 달러(약 3,744억 원)를 확보했다.
이 같은 투자 흐름은 직관적으로도 드러나는 고용 시장의 불균형을 뒷받침한다. 사무직 일자리가 AI 도입으로 위협받고 있는 반면, 현장 기반 직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결국 향후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인간 대 인간' 업무에 집중하고, 생산성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의 다음 신호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 투자 동향을 통해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