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BRK.A, BRK.B)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올해 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 오며 전설적인 투자자로 자리잡은 그가 직접 은퇴 시점을 공표함에 따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4세인 워런 버핏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 CEO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는 수십만 명의 주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지만, 동시에 오랜 시간 예상돼 왔던 수순이기도 했다.
버핏은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점차 손을 떼며 책임을 분산해 왔다. 경영 업무는 이미 그렉 아벨과 아짓 자인에게 대부분 위임된 상태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그는 그렉 아벨을 자신의 공식 후계자로 지명하며 차기 CEO로 추천했다. 올해 62세인 아벨은 25년 넘게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에너지 부문에서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별세한 찰리 멍거 전 부회장 이후 버핏 체제의 종식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버핏과 멍거는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버크셔를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복합기업*으로 키웠다. 텍스타일 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한 뒤, 애플(AAPL), 코카콜라(KO),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 등 수많은 대형 기업에 투자하며 초장기 투자 철학을 입증한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버핏이 물러나는 시점 이후에도 그의 경영 정신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벨이 직접 투자와 자본 배분까지 담당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기업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어온 버핏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버크셔 주가에 단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미 경영권 승계 흐름이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고, 아벨에 대한 내부와 외부의 신뢰도 역시 높은 편이다. 다만 워런 버핏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퇴장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정체성과 투자 전략이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핏은 어떤 유산을 남길까. 버크셔는 그의 손에서 성장했지만, 향후 조직이 얼마나 원활하게 전환기를 지나느냐에 따라 ‘버핏 이후’ 시대의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한 투자 거장이 퇴장을 알리면서, 월스트리트는 다시 한 번 '지속 가능한 가치 투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