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엔비디아(NVDA)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4% 가까이 떨어졌고, AMD(AMD), 브로드컴(AVGO), 마이크론(MU),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날 3%가량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이번 낙폭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대중 압박 카드가 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기존 무역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에 체결한 잠정 합의 역시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시장은 양국 간의 장기적인 협상이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 기업과 연계된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에 대해 라이선스 요건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되던 인공지능(AI) 확산 규제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규제 도입 의지와 맞물려 시장 충격을 배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입장도 복잡하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철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특정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는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기업의 해외 확장을 돕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H20 칩 수출 제한으로 인해 1분기 중 45억 달러(약 6조 4,800억 원)의 손실을 계상했으며, 2분기에는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5,200억 원)의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적 리스크가 수익성과 연결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동시에 커지는 양상이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등 엔비디아의 서버 파트너사들 역시 이날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투자 흐름이 미국 정부의 대중 정책과 맞물려 커다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반도체 업종의 투자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티그룹과 도이치은행 등 주요 투자기관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규제가 오히려 바이든 정부 시절 도입됐던 제한 조치보다 더 강도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되면, 미중 간 공급망 탈동조화는 한층 심화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구조적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