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하회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4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인 2.2%를 소폭 밑돌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데 있어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로 평가받는 PCE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는 점은, 높은 금리를 버텨온 금융시장과 미국 가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2.5%로 집계되며, 이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솔린 가격 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지만, 그 외 품목 전반에서도 상승 압력이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준이 섣불리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고율 관세 부과가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청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캐나다왕립은행(RBC) 산하 CIBC의 이코노미스트 알리 재프리는 “무역 전쟁만 없었다면 이번 물가 둔화는 통화당국의 확실한 행보를 유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시차 효과를 감안할 때, 당장의 수치만 보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4월에는 물가 둔화 외에도 가계 재정 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함께 발표된 PCE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개인소득은 전달 대비 0.8% 증가해 2024년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비지출은 0.2% 증가했으며, 가계저축률도 4.9%로 상승해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통과된 ‘사회보장형평법(Social Security Fairness Act)’으로 인한 급여 확대가 소득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물가 둔화와 소득 증대라는 두 축에서 긍정적 신호를 동시에 보였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변수로 떠올라 연준의 다음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