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ZN)이 웨어러블 AI 기기 스타트업 비(Bee)를 인수하며, 개인화 인공지능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인수는 금액이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완전한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올 초 출범한 비는 사용자의 음성 및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개인 데이터를 학습하는 스마트 팔찌 '비 파이어니어(Bee Pioneer)'를 개발한 회사다.
비 파이어니어는 사용자에게 할 일 목록을 제안하고, 알림을 제공하며, 맞춤형 조언까지 제공하는 AI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기기는 월 $49.99에 판매되며, 별도로 $19.99에 이르는 구독료가 추가된다. 비는 지난 2024년 7월 시드 투자 라운드에서 약 7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으며, 당시 공동창업자인 마리아 드 로르데스 졸로(Maria de Lourdes Zollo)는 "이 기기를 통해 모두가 주변의 믿을 만한 인공지능 동반자를 갖게 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으로선 이번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을 넘어선 차세대 AI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메타(META)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AI 기능이 내장된 레이밴 및 오클리 스마트 글라스를 확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웨어러블은 이제 AI 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오픈AI 역시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아이오 프로덕츠(io Products)를 인수하며 AI 하드웨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아마존에게 있어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아마존은 과거 헬스 밴드 '헤일로' 제품을 출시했으나 2023년 중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AI 음성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프레임(Echo Frame)'이라는 스마트 글라스도 여전히 판매 중이다.
비의 기술력은 가격 경쟁력에서 빛난다. 경쟁사인 휴메인 AI의 ‘핀’은 $499로 고가에 형성되었고, 이미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또 다른 경쟁사 래빗(Rabbit)의 'R1'은 $199로, 비에 비해 가격 부담이 크다.
다만, 이번 인수로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주목되고 있다. 비는 사용자의 모든 대화를 지속적으로 녹음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녹음 데이터는 저장하지 않고 익명화된 요약 정보만을 남긴다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또한, 일부 장소에선 자동으로 녹음을 끄는 기능과 특정 사람만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마존이 이러한 데이터 정책을 계속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아마존은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중시한다고 밝혔으며, "사용자가 더 많은 통제권을 갖도록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오디오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과거 홈 보안 카메라 서비스 '링(Ring)'을 경찰과 협력해 사용자 동의 없이 영상을 제공한 사례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전력이 있는 만큼, 아마존의 개인정보 보호 약속이 실제로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수는 웨어러블을 매개로 한 차세대 AI 플랫폼 주도권 확보를 위한 아마존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오픈AI, 아마존 등 주요 테크 거물들이 잇따라 AI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하며 해당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혁신 간 균형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도 함께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