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대표적인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IQM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야심 찬 확장 계획을 내놨다. 새롭게 확보한 3억 2,000만 달러(약 461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금으로 IQM은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물론, 향후 100만 큐비트 규모의 양자 컴퓨터 개발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미국 벤처캐피털 텐일레븐벤처스가 주도했으며, 이는 IQM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투자인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핀란드 연금펀드 엘로(Elo), 바르마(Varma), 독일의 바이에른카피탈, 사모펀드 테시(Tesi), 슈바르츠 그룹, 윈바운드 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IQM이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총 6억 달러(약 8,640억 원)에 달한다.
IQM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큐비트 기반의 양자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GOOGL)과 IBM(IBM) 등도 이 분야에서 경쟁 중이나, IQM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탁월한 에러 보정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 제품 ‘IQM 라디언스’ 플랫폼은 최대 150 큐비트의 고정밀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며, 가격은 약 3,570만 달러에 이른다. 또 교육 및 연구기관을 위한 저가형 'IQM 스파크', 클라우드 기반의 'IQM 레조넌스'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관건은 에러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보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큐비트는 온도 변화, 진동, 미세한 소리에도 영향을 받아 오류가 자주 발생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초기화하는 능력이 핵심 기술로 떠오른다. IQM은 일종의 '양자 냉각기(Refrigerator)' 기능을 칩에 직접 구현해, 문제 발생 시 큐비트를 빠르게 냉각하고 상태를 원점으로 초기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기존 기술의 병목 요소였던 느리고 불완전한 메모리 리셋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얀 괴츠(Jan Goetz) IQM 공동 창업자 겸 공동 CEO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사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며, 특히 미국 데이터 센터 인프라 및 제조 시설 구축에 투자의 상당 부분이 집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IQM은 오는 2032년까지 100만 큐비트 이상을 구현하는 차세대 양자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투자사 텐일레븐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돌(Alex Doll)은 “사이버보안 분야에 집중했던 우리가 양자컴퓨팅에 투자한 것은, 두 기술의 유기적인 관계와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이해당사자 그룹이 양자와 보안 기술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에, IQM과의 협업을 통해 자본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네트워크와 자문 역량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QM의 야심찬 확장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양자 컴퓨팅 주도권 경쟁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무기로 한 상업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및 유럽 시장은 물론 글로벌 클라우드 및 보안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