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XRP)이 총 4년 반 동안 이어진 법적 공방을 마무리짓기 위해 합의 절차를 본격화했다. 양측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 중인 1억 2,500만 달러(약 1,738억 원) 규모 자금을 정산 목적으로 분배하겠다는 공동 신청서를 현지시간 12일 제출했다.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이 자금 중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는 리플에 부과된 민사 벌금 납부를 위해 SEC 측으로 이전되며, 나머지 7,500만 달러(약 1,043억 원)는 리플로 반환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법원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양측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항소 절차가 불러올 제2순회 항소법원의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본 법원으로의 환송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지난 4년 반에 걸친 격렬한 소송전을 종식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EC와 리플 간의 이 소송은 미국 암호화폐 규제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암호화폐 산업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되며,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산업이 한 발 앞서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플은 이번 자금 정산과 함께 사업 확장을 위한 법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걷어낸 상태다. 미국 내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규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나, 리플 사례는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