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참여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최근 발표한 ‘2025 암호화폐 현황(State of Crypto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실생활 기반의 활용성과 중소기업의 결제·송금 수요 등 현실적인 니즈가 스테이블코인 보급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코인베이스가 2025년 1월과 4월에 걸쳐 미국의 중소기업(SMB)과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춘 500대(F500) 기업 중 60%는 온체인 이니셔티브를 구축 중이며, 이 중 절반 가까운 47%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고 응답했다. 기업당 온체인 프로젝트 수는 전년 대비 67%나 증가한 평균 9.7건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추진 중인 활용 사례는 다양하다. ▲결제 및 정산, ▲국경 간 송금, ▲공급망 관리, ▲재무 운영, ▲블록체인 인프라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으며, 2024년 3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F100 기업만 46건의 신규 온체인 사업을 발표했다. 특히 산업군도 금융·기술 외에 자동차, 유통, 식음료, 헬스케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 부문에서도 감지된다. 현재 미국 내 중소기업의 34%가 암호화폐를 활용 중이며, 아직 사용하지 않는 기업도 절반 가까이인 46%가 향후 3년 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응답자 중 82%는 암호화폐가 금융 부담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이를 ‘SMB 부문에서의 트리플 더블’이라 표현하며 ▲사용 기업 수, ▲스테이블코인 활용률, ▲수송 규모 모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암호화폐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전송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2024년 12월과 2025년 4월에는 각각 7,190억 달러(약 999조 원), 7,171억 달러(약 996조 원)의 월간 전송량을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1억 6,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세계 10대 도시 인구를 합친 규모를 넘어 미국 주요 모바일 뱅킹 앱 사용자 수(1억 4,200만 명)를 웃도는 수치다.
한편,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생태계 도약을 위해 ‘규제 명확성(clarity)’의 필요성도 강하게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500 기업 임원 중 90%, SMB 응답자 중 72%가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된다면 관련 기술의 상용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관련 발언과 암호화폐 친화적 태도와 맞물려 미국의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온다. 암호화폐가 차세대 금융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에 접어든 가운데, 민간 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