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범을 알린 밈코인 $TRUMP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상장돼 투자자 보호 논란이 일고 있다. 출시 48시간 만에 코인베이스($COIN), OKX, 비트겟(Bitget), MEXC 등 글로벌 상위 10대 거래소 중 8곳이 이 토큰을 상장한 가운데, 연방 규제당국의 경고와 유통량 집중 문제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강행됐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영향력과 시장 수요가 기존 상장 절차를 무력화했다며 암호화폐 시장의 불균형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홍보하며 출시한 $TRUMP는 출시 직후 큰 관심을 모으며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토큰의 공급량 80%가 트럼프 측 내부자들에게 집중되면서 시장 조작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코인은 출시 이틀 만에 최고가 약 75.35달러(약 10만 4,956원)를 기록한 뒤 급락, 현재는 약 9.55달러(약 1만 3,295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시세 급락은 소수 고래 지갑들의 대량 매도로 인한 결과였다. 분석업체 버블맵스(Bubblemaps)에 따르면, 단 45개 지갑이 약 12억 달러(약 1조 6,680억 원)의 수익을 챙겼고, 71만여 개의 일반 투자자 지갑은 약 43억 달러(약 5조 9,77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거래량 급증 속에서 참가자의 절반만 미미한 수익을 올렸다는 점 역시 투자자 보호 구조의 부재를 드러낸다.
상장 과정을 놓고도 비판이 거세다. 코인베이스는 상장을 위해 주말까지 팀이 총출동해 실사를 완료했다고 주장했지만, 기존 밈코인들의 상장이 평균 129일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상장은 유례없는 속도다. 이와 관련해 비트겟 CEO 그레이시 첸(Gracy Chen)은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을 알렸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본질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며 상장 당위성을 강조했다.
빠른 상장 배경에는 정치적 기류 변화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수차례의 암호화폐 소송을 중단하거나 기각 처리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밈코인은 더 이상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게 됐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거래소들이 상장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TRUMP 코인 발행 측은 이를 통해 약 3억 2,000만 달러(약 4,448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로 최소 1억 7,200만 달러(약 2,389억 원)를 거둬들였다.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이 사용자 보호보다는 수익에 더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 당국은 런칭 하루 전, 대량 지갑 보유 및 가격 조작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공표했지만, 대부분의 거래소는 이를 무시한 채 상장을 강행했다. 코인베이스만 유일하게 뉴욕 거주자들에게 $TRUMP 거래를 제한했다.
서영김(Seoyoung Kim) 암호화폐 금융학 교수는 “절차를 생략한 신속한 상장은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결여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와 자본이 결합했을 때 암호화폐 시장의 원칙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