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시민권 취득? 엘살바도르·바누아투 등 암호화폐 투자 이민 확산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보유자들을 위한 이민 프로그램이 점차 확산되면서,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스테이블 코인으로 국적이나 거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존엔 법정화폐만 허용하던 투자이민 환경이, 이제는 암호화폐 중심의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옵션을 제시하며 빠르게 진화 중이다.

우선 바누아투는 고속 국적 취득 국가 중 하나로, 정부는 직접 암호화폐를 수용하진 않지만, 공식 허가된 중개업체가 비트코인 또는 스테이블 코인을 받아 이를 현지 통화로 전환해 신청 절차를 대행한다. 개인 기준 최소 투자금은 13만 달러(약 1억 8,070만 원)부터 시작하며, 가족 포함 시 18만 달러(약 2억 5,020만 원)까지 늘어난다. 간단한 KYC 및 자금세탁방지 요건만 충족하면 전 과정이 원격 진행되며, 언어시험이나 체류 의무도 없다. 특히 비자 없는 90개국 여행 가능, 개인소득세와 자본이득세 면제, 이중 국적 허용 등 디지털 노마드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갖췄다.

이와 유사하게 도미니카와 세인트루시아는 암호화폐를 통한 카리브해 연좌제 시민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미니카는 20만 달러(약 2억 7,800만 원), 세인트루시아는 부동산 투자 기준 30만 달러(약 4억 1,700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양국 모두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 기반의 간접 투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청자는 공신력 있는 중개업체를 통해 전 과정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처리 속도는 대개 4~9개월로 빠르고, EU와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국가에 대한 비자면제, 가족 동반 허용, 거주 요건 없음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유럽 내에서도 포르투갈은 암호화폐 기반의 자산으로 EU 거주권 및 시민권 획득이 가능하다. 2023년부터 포르투갈의 골든비자 제도는 부동산보다 국내 벤처펀드 또는 블록체인 관련 투자 상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부분은 50만 유로(약 7억 4,500만 원) 수준의 투자를 통해 참여 가능하며, 암호화폐 보유자는 이를 허가받은 펀드를 통해 법정 화폐로 환전한 후 투자할 수 있다. 장점으로는 7일 거주 요건, 가족 포함, 5년 후 시민권 신청 자격, 장기 보유 시 암호화폐 세금 면제 등이 있으며, 다만 제도 변경 가능성과 신청 대기 지연은 감안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엘살바도르다. 2023년 말 출시된 ‘프리덤 비자’는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기반 직접 투자 이민 프로그램으로, 정부는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를 비트코인 또는 테더로 직접 투자하면 영주권과 시민권 제공을 약속한다. 초기 999달러(약 140만 원)는 신청비로, 이후 승인 시 나머지 99만 9,001달러(약 13억 8,860만 원)를 지정된 분야에 투자하게 된다. 전 과정이 암호화폐 기반, 물리적 체류 의무 없음, 수 개월 내 시민권 취득이라는 장점은 암호화폐 자산가에 특화된 국적 프로그램의 모델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제도는 연간 1,000명으로 제한되며, 엘살바도르 정부와 테더가 직접 협력해 암호화폐 수납과 전환 인프라를 운영한다.

요약하자면, 암호화폐만으로도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바누아투의 초고속 시민권, 카리브해 국가들의 유연한 수용 방식, 포르투갈의 EU 진출 경로, 엘살바도르의 전면 암호화폐 수용은 모두 2025년형 고액 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투자 이민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 범위는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에서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까지 다양하며, 직접 또는 간접 방식으로 암호화폐 결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국가들의 채택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