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시장은 이제 최소한 오는 7월까지는 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5월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고용 증가세를 보이자,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 발짝 뒤로 물렸다. 특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CME그룹의 Fed워치에 따르면, 6월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각각 83%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40% 수준이던 전망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다.
연준 내부 기류도 금리 인하에 신중하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주요 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계속해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판단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는 연준이 즉시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5.25~5.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연준은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며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지만, 2025년 들어서는 추가 인하 없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올해 잇따라 부과한 관세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는 고용 증가세가 과장됐을 수 있다며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팬테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무엘 톰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결국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올해 12월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자체 AI 분석 도구를 통해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점점 매파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견조한 고용지표, 그리고 보호무역 강화라는 복합적 환경 속에서 연준이 어떤 시그널을 내놓을지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