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이 2025년 하반기를 맞아 서서히 경기 회복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고금리와 무역 긴장, 소비자 신용 불안 등으로 번민하던 은행들은 이제 기업 대출 수요 회복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당초 우려와 달리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퍼지며 금융시장도 서서히 긴장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 고객들은 계획을 재개하면서 대출 수요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최고경영자는 최근 회의에서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기대치의 과도한 확대*는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 로저스(Bill Rogers) 트루이스트파이낸셜(TFC) CEO 역시 "고객들이 여전히 관망세이지만, 전보단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사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대출 부진은 높은 금리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과 2024년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이었다. 특히 올해 1분기 미국 내 은행들의 중간 대출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6%로, 3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는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4월 관세 발표 이후에도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기업의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과잉 공급 영향으로 취약한 상태이며, 트럭 운송업계는 팬데믹 시기의 소비 패턴 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은 여전히 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연체율은 4.3%로, 팬데믹 이전 수준과 유사하다. 이는 대규모 연체 우려까지는 아니지만, 상황 악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만약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재무 건전성이 은행권의 가장 큰 방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디스의 수석 신용담당관 메건 폭스(Megan Fox)는 "은행들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대비해 상당한 수준의 손실흡수 여력을 확보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 은행들은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왔으며, 최근 연방준비제도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실물경제 충격에 대한 충분한 방어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경기가 하강세를 보인다면 기대됐던 대출 반등은 무산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 수익성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테리 맥에보이(Terry McEvoy) 스티븐스(은행 애널리스트)는 "경기 후퇴가 닥치면 수익보다도 자본 건전성과 대손충당금의 충분성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은행들이 현재 *충분한 자본 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완충 장치가 향후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비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 은행들은 아직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중이다. 경기 반등과 대출 회복이 현실화된다면 상반기의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겠지만, 변수는 여전히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 금리 수준, 글로벌 무역 환경 등 다양한 외생 변수에 따라 금융권의 향방은 앞으로 몇 달간 큰 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