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엔비디아(NVDA)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장중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S&P500,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소폭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반영했다. 특히 주택건설업종이 급락하면서 S&P500 지수 내에서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D.R.호튼(DHI), 풀트그룹(PHM), 레나(LEN) 등 대표적인 주택건설사들의 주가는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모기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30년 고정금리형 모기지 금리는 최근 몇 주간 계속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주택 수요 둔화 우려가 관련 업종의 주가를 짓누르는 양상이다.
반면, 패션 브랜드 애버크롬비 앤 피치(ANF)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과 함께 매출 및 향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10대 타깃 브랜드 홀리스터의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혔다. 소비자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정 브랜드의 성장세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편, 사이버보안 솔루션 기업 옥타(OKTA)는 1분기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이유로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 측은 기업 고객들의 IT 지출이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스톱(GME)의 주가도 이날 대폭 하락했다. 회사가 4,710개의 비트코인을 확보하기 위해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암호화폐 투자에 몰입하는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움직임은 밈 주식 투자자들의 단기적 관심은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실적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키 리조트 운영사 베일 리조트(MTN)는 CEO 교체 소식에 상승했다. 현 CEO 커스텐 린치가 물러나고 과거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었던 롭 카츠 전 CEO가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경영 안정성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역시 CNN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데이비드 리비가 본사로 복귀한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리비는 이전에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았던 인물로, 그의 복귀는 미디어 전략 강화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편, 상품 및 채권 시장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유가는 상승했으나 금 가격은 하락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대비 동반 상승했으며, 주요 암호화폐들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이날 시장은 연준의 긴축 전망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앞서 관망세가 짙었고, 업종별 수급의 편차가 뚜렷했다. 당분간은 주요 기업 실적과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