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사 시타델 시큐리티즈(Citadel Securities)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디지털 자산 규제 완화에 신중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 서한은 특히 증권형 토큰(Tokenized Securities)에 대한 규제 면제를 우려하며, 현 시장 구조와 투자자 보호에 미칠 ‘지속적인 파급 효과’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타델은 지난 21일 발송한 서한에서 SEC가 검토 중인 토큰화 자산에 대한 타협안이 시장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투자자의 투명한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Ken Griffin)은 “기술이 시장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혁신은 환영하지만, 규제 회피를 위한 형식적 유사성은 진정한 혁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겉보기만 ‘증권처럼 보이는’ 암호화 자산에 대한 규제 우회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SEC가 고려 중인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정책은 시장에 새로운 거래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타델은 오히려 혼란스러운 규제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지털 자산 발행사에 특별 면제를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는 ▲복잡한 컴플라이언스 요건, ▲IPO 절차의 위축, ▲가격 변동성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시타델은 SEC가 기술 수용과 함께 시장 안정성과 규제 일관성을 함께 지키는 균형 잡힌 규제 프레임워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SEC 내부에서도 첨예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SEC 커미셔너 헤스터 피어스(Hester Pierce)는 시타델의 입장에 동의하며 “토큰화된 증권이라 해도 기존 증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SEC 의장 폴 앳킨스(Paul Atkins)는 혁신 면제가 시장 개방성과 접근성을 확대할 핵심 수단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SEC의 방침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뚜렷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자산 유동성을 교란하고, 사용자 신뢰를 약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토큰화의 진정한 가치는 구조적 혁신에 있지, 샛길을 찾아 규제를 우회하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시타델은 현재 제안된 면제가 통과되면, ▲자산 보관의 보안 문제, ▲담보 자산의 가격 안정성, ▲정책적 청산 절차 마련 등 여러 핵심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제도적 공백을 남길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는 SEC에 신중한 결론을 요구하며,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 투명성, 투자자 접근성을 모두 아우르는 규제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