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기술 체계 재편에 착수하면서, 이를 둘러싼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포럼이 개최됐다. 기술 경쟁이 점점 더 국가안보와 주권 문제까지 걸친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2025년 9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전략기술 체계 고도화 산업계 포럼’을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국가 전략기술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요구와 제안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차원으로 진행됐다. 기술패권이 단순한 기술 개발 문제를 넘어서는 지금, 현장의 목소리는 정책 수립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패권 문제를 단순히 산업 분야에 국한해서 봐선 안 된다고 짚었다. 그는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연구개발 환경 조성과 함께, 해외 진출 전략 및 보조금 규제 대응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정책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경제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범국가적 대응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열린 패널 토론에서는 한화로보틱스, 중견기업, 학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고도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정병찬 한화로보틱스 대표는 정부가 전략기술을 과감하게 집중 지원하되, 동시에 기초과학과 기반기술 영역의 생태계도 최소한 유지할 수 있도록 이원화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핵심 기술에 집중하면서도 미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동적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위한 지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인공지능 등 차세대 기술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 자금이나 시험 환경(테스트베드) 접근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과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 기술력이 국제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민과 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전략기술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명확한 방향 설정과 민간의 책임 있는 참여가 병행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만큼, 이에 대응하는 정책도 한층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