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대규모 이탈 현상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통신 서비스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조용한 점이 주목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9월 12일 발표한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사건이 처음 보도된 9월 4일부터 11일까지 KT에서 경쟁사로 이동한 고객 수는 1만8천38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부터 KT로 온 고객은 총 1만8천167명으로, 결과적으로 KT의 순이탈 인원은 220명에 불과하다. 이는 이통3사가 평소 하루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단위로 가입자를 주고받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통상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다.
이 같은 이탈 규모가 제한적인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거론된다. 첫째, 최근 통신사에서 잇따라 발생한 보안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한층 무뎌졌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지난 4월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사건 때는 하루에 수만 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등 큰 동요가 있었으나, 반복된 사고로 인해 ‘보안 사고는 어느 통신사든 안심할 수 없다’는 체념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KT의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통해 가입자 식별 정보(IMSI)가 유출된 사안이다. 피해 대상자는 5천561명으로 집계됐으며, 의심 접속자는 1만9천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피해가 서울 금천구, 경기 광명, 부천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국적인 불안감으로 확산되지는 않은 것도 이탈이 제한적인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또한 번호이동 과정 자체의 복잡함이나 장기약정, 결합상품 등으로 인해 통신사를 바꾸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피해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 KT가 초기 대응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부인했다가 사흘 뒤에서야 일부 유출을 인정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신이 잠재적으로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향후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크거나 추가 유출 정황이 드러난다면, 지금까지 억눌려 있던 불만이 뒤늦게 폭발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SK텔레콤 해킹 사태 때처럼 위약금 면제를 공식 적용할 경우,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단기적 수치만으로 고객 충성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KT의 대응 방향과 보상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가입자 추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