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MUBI)가 최근 투자 한파 속에서도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이 주도했다.
2007년에 설립된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 무비는 "비전 있는 감독들의 야심찬 영화"를 소개하는 공간을 표방하며, 전 세계 영화제 수상작들을 월 구독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 메이저 OTT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해온 무비는 이번 투자로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디어 스타트업 분야의 침체 분위기에서 예외적인 기록으로 평가된다. 크런치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 관련 스타트업 투자금은 2023년과 2024년 연간 기준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에 머물며, 2021년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2025년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인공지능(AI)'을 내세운 미디어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I 기반 미디어 생성 기술을 개발하는 런웨이(Runway)는 지난 4월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이 주도한 투자 라운드를 통해 3억 800만 달러(약 4,435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해당 기업은 불과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한 가치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밖에도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AI 음성합성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와 텍스트 기반 자동 영상 생성 플랫폼 신세시아(Synthesia) 역시 각각 1억 8000만 달러(약 2,592억 원)씩 투자금을 확보하며 AI 미디어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입증했다.
AI 기술이 접목된 미디어 플랫폼이 투자 시장에서 각광받는 가운데, 무비처럼 창작성과 큐레이션에 집중하는 전통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규모 투자를 받은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는 전문성과 틈새 콘텐츠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무비의 성공적인 자금 조달은 미디어 산업이 데이터 중심 기술로 전환하는 와중에도 예술성과 큐레이션 역량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벤처 시장에서, 무비는 '콘텐츠 차별화'라는 기본에 충실한 전략으로 의미 있는 반전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