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Anthropic)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의 파급 효과에 대해 경고하며 "향후 5년 내에 미국 내 초급 사무직의 절반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모데이는 최근 액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미국의 실업률이 단기간에 10~20%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전망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관련 기술을 선도 개발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모데이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예측이 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적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해결책으로는 AI 매출에 '토큰세(token tax)' 등의 부가세를 부과해 일자리를 잃은 계층에 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모데이는 “이런 제안은 개인적인 이익에 반한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우리가 직면할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 법률, 기술 분야에서 AI의 자동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경력의 초입 단계에 있는 초급 사무직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는 AI의 성능 앞에 취약한 취업 환경을 맞고 있다.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역시 이러한 대체 작업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업계 분석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AI 기술의 진보 속도를 분석한 보고서인 'AI 2027 시나리오'에는 이르면 2027년 AI 시스템이 인간의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일처리를 수행하고,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인간 노동자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다니엘 코코타일로(Daniel Kokotajlo), 스콧 알렉산더(Scott Alexander) 등 AI 연구자들이 작성했으며, 아모데이의 경고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미 AI가 최근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통계도 등장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확산으로 신입 사무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화이트칼라 경기 침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고급 인력의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배니티페어(Vanity Fair) 역시 인턴과 같은 실무 초입 단계 직무에서 AI의 인간 대체 현상을 상세히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긍정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미국 기업가이자 방송인 마크 큐반(Mark Cuban)은 “AI는 단기적으로 기존 일자리를 없앨 수 있으나, 새로운 유형의 직업을 창출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기술 혁신은 늘 새로운 산업과 고용 구조를 만들어왔다”며, 정부 및 기업이 적절한 대응을 할 경우 오히려 일자리 기반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재훈련, 창업 지원, 창의력 중심 업무에 대한 투자가 병행된다면 AI 시대의 고용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전기도입, 방직기, 인터넷의 확산 등 기술의 진보는 반복적으로 '일자리 소멸' 공포를 불러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고용 기회를 창출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나 '바이브 코더'처럼 이제 막 떠오르는 신생 직업군만 보더라도, AI 산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아닌 새로운 산업 탄생의 서막일 가능성이 크다. 그 변화의 시작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