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나이트폴AI(Nightfall AI)가 인공지능 기반 자율형 데이터 유출 방지(Data Loss Prevention, DLP) 플랫폼 ‘나이크스(Nyx)’를 공개하며 기업 정보보안 시장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이 플랫폼은 보안 사고 분석부터 정책 자동 조정까지 모든 과정을 AI가 스스로 처리하는 점에서 기존 수작업 중심의 DLP 솔루션과 확연히 구분된다.
나이트폴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로한 사시(Rohan Sathe)는 “기존 DLP 시스템은 경고 알림이 넘쳐나는 반면, 진짜 내부 보안 위협은 쉽게 놓친다”며 “분석가들이 허위 경고를 선별하느라 수 시간씩 소비하는 사이 치명적인 위협은 감지조차 못 한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안 경보의 정밀도와 분석 효율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절실해졌다는 설명이다.
신제품 나이크스는 대형언어모델(LLM)과 컴퓨터 비전을 결합한 콘텐츠 분류 기능, 데이터 흐름 추적(Data Lineage), 그리고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학습하는 정책 튜닝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핵심은 ‘AI 보안 요원’ 역할을 하는 나이크스 에이전트가 실제 보안 분석가처럼 작동해 위협의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판단하고 변화하는 업무 흐름에 맞춰 탐지 정책을 스스로 조정하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사내에서 무단으로 생성형 AI 툴을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보안 리스크인 섀도우 AI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직원들은 챗GPT(ChatGPT), 코파일럿(Copilot), 클로드(Claude) 및 구글의 제미니(Gemini)와 같은 AI 툴을 업무에 활용하면서 의도치 않게 기밀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존 제품이 애플리케이션 화이트리스트 방식에 의존해 이러한 리스크를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나이트폴의 실시간 데이터 원천 추적 및 콘텐츠 분석 역량은 큰 차별화 포인트다.
기술성과는 빠른 고객 도입률로 나타나고 있다. 나이트폴은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이 제공하는 기존 솔루션에 만족하지 못한 수백 개의 기업 고객을 이미 확보했으며, 하루 수백 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고객인 가구업체 애런스(Aaron’s)는 슬랙(Slack) 내 데이터 유출 모니터링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나이트폴AI는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약 6,500만 달러(약 936억 원)를 확보한 가운데, 보건의료, 금융, 정보기술, 법률, 제조업 등 규제 강도가 높은 산업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IP(지적 재산권) 보호에 민감하나, 기존 DLP 솔루션은 위장된 정보 또는 비표준 양식의 내부 데이터를 식별하는 데 취약하다는 점에서 나이트폴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화 전략은 경량화된 아키텍처다. API 기반 통합 방식으로 기존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개월에 걸쳐 설치할 필요가 없어, 대부분의 고객은 수 주 내 가시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사시 CEO는 강조했다. 또한, 틱톡(TikTok)이나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처럼, 개별 기업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자동으로 탐지 기준을 최적화하는 ‘퍼스널라이즈드 탐지’ 기술도 도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이트폴 같은 자율형 보안 플랫폼이 전통적 규칙 기반 시스템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트리거 단어”만으로 민감정보를 필터링하던 기존 시스템이 점점 더 정교해지는 위협 행위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이트폴의 AI 기반 접근은 보안 담당 인력의 ‘알림 피로도’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기업에서 AI 도입이 확산되고 각종 규제들도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이트폴AI의 나이크스는 보안 업무의 무게중심을 사람에서 AI 에이전트로 확실히 옮기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유출 방지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정보 민감도와 대응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