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용자들도 이제 텔레그램에서 암호화폐 지갑을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텔레그램은 22일(현지시간) 자사 메신저 앱 내에 통합된 암호화폐 지갑 ‘월렛 인 텔레그램(Wallet in Telegram)’ 기능의 미국 시장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수천만 명의 미국 사용자들이 별도의 확장 프로그램이나 외부 지갑 없이 텔레그램 설정 메뉴와 채팅 인터페이스 내에서 바로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 지갑은 텔레그램의 공식 퍼블릭 블록체인 ‘디오픈네트워크(The Open Network, TON)’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갑은 이미 러시아, 유럽, 아시아에서 지난 2년간 제한적으로 운영되며 높은 사용성을 검증받았다. 텔레그램 측은 “암호화폐 기능을 기존 메신저 흐름과 자연스럽게 결합함으로써 복잡한 과정 없이 메시지를 보내듯 손쉽게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톤코인 등 다양한 주요 암호화폐를 저장하거나 거래할 수 있으며, 애플페이, 구글페이, 은행카드를 통해 수수료 없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미국 내 사용자들은 ‘문페이(MoonPay)’ 서비스를 통해 암호화폐를 미국 달러로 인출도 가능하다.
월렛 인 텔레그램 개발을 주도한 '디오픈플랫폼(TOP)'의 CEO 안드루 로고조프는 “사용자들은 키와 자금을 완전히 직접 통제하면서도, 암호화폐 전송을 문자 메시지만큼 간단하게 할 수 있다”며, 텔레그램 내 암호화폐 기능의 직관성과 보안을 강조했다. 지갑 기능에는 스테이블코인과 이자 상품을 연계한 서비스도 포함돼 있어 장기 보유자들이 자산을 불리도록 설계됐다.
텔레그램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10억 명 이상이며, 미국 내에서도 약 8,700만 명에 달한다. 마케팅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올해에만 TON 기반 지갑 사용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했고, 미국 진출로 인해 이 수치는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텔레그램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개발사인 디오픈플랫폼은 최근 래빗 캐피탈이 주도한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2,850만 달러(약 41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인정받았다. TON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Fi), 블록체인 게임, 암호화폐 대출·거래 애플리케이션 등이 텔레그램 앱 생태계 안에서 동작하는 구조로 확장 중이다.
이번 월렛의 미국 출시로 텔레그램은 단순 메시징 서비스를 넘어 본격적인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용성과 접근성을 메신저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에서 기존 디지털 지갑들과 차별화된 시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