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급격한 충격파가 퍼지고 있다. 비트코인(BTC) 가격은 하루 만에 4% 이상 급락하며 수 주 만에 처음으로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핵시설 3곳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힌 뒤 촉발됐다. 그는 해당 작전을 ‘성공적’이라 평가하며,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격적인 군사 행동 이후, 이란은 중동 원유 수출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경고를 내놨다. 세계 석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수로가 위협받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고, 암호화폐 시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틀간 시장 전반에서 강한 투매가 이어지며 약 10억 2,000만 달러(약 1조 4,178억 원)에 해당하는 포지션이 청산됐다. 특히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주요 지지선을 하향 돌파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이 10만~10만 2,000달러(약 1억 3,900만~1억 4,178만 원) 구간에서 중요한 지지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구간을 지켜낸다면 일시적인 반등이나 횡보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하회할 경우 다음 지지선은 9만 6,000~9만 7,000달러(약 1억 3,344만~1억 3,483만 원)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이미 해당 지지선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또한 기술적 분석 지표들에서도 장기적인 상승 모멘텀의 약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비트코인이 약세 흐름을 지속하거나 박스권 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매수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강한 상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이 외부 요인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지정학 불안과 같은 매크로 이슈는 갑작스럽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