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 기업 NSO 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에서 약 6년 간의 법적 공방 끝에 1억 6,700만 달러(약 2,41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불법 감시 소프트웨어 '페가수스(Pegasus)'의 확산에 제동을 건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소송은 메타가 2019년 자회사인 왓츠앱(WhatsApp)을 통해 NSO 그룹을 제소하며 시작됐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대학 산하 시티즌랩(Citizen Lab)의 조사로 NSO의 스파이웨어가 최소 1,400개의 왓츠앱 계정을 감염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주로 언론인, 시민활동가, 정부 인사들이었으며, 사용자 동의 없이 단순한 메시지 전송만으로 감염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일단 설치되면 카메라와 마이크를 원격 제어할 수 있고, 위치 정보는 물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까지 탈취됐다.
메타는 “이번 판결은 불법 스파이웨어 산업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며, 이용자 사생활과 보안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또한 NSO를 '악명 높은 해외 스파이웨어 판매상'이라고 정의하며 “미국 기업과 그들이 보호하는 이용자 사생활에 대한 공격에 법적 책임을 부과한 선례”라고 설명했다.
페가수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애플(AAPL)은 2021년 NSO를 상대로 유사한 해킹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후 이를 철회했다. 같은 해 미 상무부는 NSO를 제재 대상에 올리며 자국 공무원, 언론인, 학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NSO는 자신들이 합법적인 정부기관과 협력한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면책 특권을 내세웠다. NSO 대변인 질 라니어는 이번 판결 직후 “NSO의 기술은 심각한 범죄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되며, 공인된 기관에서 책임 있게 운용된다”고 해명했다. 또 향후 항소를 포함한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배상 판결은 기술 기업들이 디지털 감시에 맞서 사법절차를 통해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흐름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AI와 감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만큼, 이처럼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