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산실 화재로 약 600개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된 가운데, 이로 인한 보안 공백을 노린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시스템 중 일부를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할 예정이지만, 최소 4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정부의 전산망 핵심을 담당하는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서버뿐만 아니라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 등 주요 보안 장비도 함께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집의 도어록과 CCTV가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에 비유하며, 외부 침입에 취약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전 부처 문서 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이 피해를 입은 점이 주목된다. 온나라는 공문서 작성과 결재 등 주요 행정 절차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주요 정보자산이 집약되어 있다. 최근 한 해외 보안 전문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이미 해킹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커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정보보호 관할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여서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보안 전문가는 장비 복구에 앞서 연계 시스템의 피해 범위를 신속히 파악하고, 수동 감시나 인공지능 활용 등 비상 방어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해 정부 전산 서비스를 연동해 본인 인증이나 각종 발급을 처리하는 금융기관 등도 일부 절차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틈을 노린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아직 공식 경보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장비 복구 이상으로, 정부 전체의 디지털 행정 체계와 사이버 보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재난복구 체계(재해복구시스템, DR)의 확충과 함께 국가 전산 시스템의 분산화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위협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