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운 뒤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15일(현지시간) 하락하고 있다.
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6시 45분(서부 시간 오후 3시 45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11만7천742달러에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2.17% 내린 수준이지만, 전날 12만3천달러선을 처음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약 5% 내렸다.
이날 가격은 고점이었던 12만3천200달러대보다 7천 달러 이상 하락한 11만5천700달러대까지 한때 내려가는 등 11만7천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부터 이어진 이번 하락한 최근 랠리에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이 대거 실현하면서 발생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총 35억 달러(4조8천5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이는 올해 들어 하루 기준 최대 규모 중 하나다.
특히,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차익 실현 총 35억 달러 가운데 56%인 19억 달러는 155일 이상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이었다.
미 의회에서 암호화폐 법안 통과가 일단 제동에 걸린 점도 하락을 부추겼다.
미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정하고 3개의 암호화폐 법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의도하는 '지니어스 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암호화폐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미 의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겨 조기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이들 3개 법안의 심의 시작을 위한 절차적 표결을 196대 222로 부결시켰다.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 미 하원 지도부는 이 법안들을 각각 심의하고자 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는 이에 반대했다.
이들은 '지니어스 법안'과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을 묶고 '지니어스 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지도부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두 개 법안을 묶어 수정하게 되면 이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에 앞서 다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표결 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의원들과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표결이 해당 법안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지도부가 충분한 지지를 확보할 경우 여전히 법안 심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하락에도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암호화폐 거래소 파이42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아비나시 셰카르는 "비트코인이 11만7천400 근방으로 후퇴한 것은 급격한 랠리 이후의 건전한 시장 역학을 반영한다"며 "가격 하락에도 기관의 관심은 여전히 강력하며 지표들은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굳건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 업체 9포인트 캐피털 CEO 스리니바스 L도 "단기 하락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며 "모멘텀과 펀더멘털 모두 지속적인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전망했다.
시가총액 3위 엑스알피(리플)도 1.60% 내린 2.91달러, 솔라나와 도지코인도 0.47%와 1.27% 하락한 162달러와 0.20달러를 나타냈다.
다만, 시총 2위 이더리움은 2% 오른 3천87달러에 거래되며 3천 달러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