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전격 합의한 관세 인하 조치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중국 정부는 서로 대한 일부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하며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겼고,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침체 가능성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월요일(현지시간) 발표된 이번 합의는 미국이 대(對)중국 수입품에 부과하던 145%의 고율 관세를 향후 90일간 30%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국 내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튜 루제티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경기 하강과 노동시장 악화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경제 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합의 이후 미국경제의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50% 이상에서 35%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찬칙은 “소비자물가가 4분기 기준 연율 4%에서 3.4%로 둔화될 것”이라는 수정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관세 완화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기업들은 고율 관세로 발생하는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고, 이것이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IN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나이틀리는 “미국과 중국 모두 관세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체감하고 있었고, 이번 합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부 관세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대한 30% 관세를 비롯해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일부 금속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예일대 예산정책연구소는 이번 합의로 미국 가계의 관세 부담이 가구당 평균 4,000달러(약 576만 원)에서 2,800달러(약 403만 원)로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문제다. 단기적 진전이 있더라도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이체방크의 루제티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런 관세정책은 높은 정책 불확실성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일부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관세 인하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내세웠던 재정 확보와 제조업 리쇼어링 등의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강력한 관세’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되돌리고, 이에 따른 세수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30% 수준의 관세로는 여전히 중국 내 생산 비용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무역 협상이 진전되며 단기적 시장 불안은 완화됐으나, 미중 간 구조적 갈등이나 정책적 일관성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위험 요소는 여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