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우려하며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운영사들은 신발부터 가전제품, 장난감, 가구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국 관세 부과 확대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오퍼업(OfferUp)은 최근 한 달 동안 애플(AAPL) 에어팟, 세탁기·건조기, 소파, 유아용품 등의 검색량이 평소 대비 최대 10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오퍼업의 내선 가넷 사업총괄은 “이번 관세 조치가 리세일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초기 국면에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원(Capital One)에 따르면 미국 중고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530억 달러(약 76조 3,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판매된 의류 중 약 3분의 1이 중고였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이 올해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대부분이 무역 정책으로 의류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으며, 이에 따라 중고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닐 손더스 상무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리스크에 대비해 중고 소비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개학 시즌과 연말 쇼핑 대목이 본격화하면 이 흐름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오퍼업에서 가장 많은 검색을 기록한 항목은 유모차로, 미국에 유통되는 유아용품의 다수가 중국산인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관세 민감도를 엿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이나 품귀 현상을 걱정하는 심리만으로도 특정 제품의 검색량이 급등한다는 점도 중고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 국가에서 생산한 아이폰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오퍼업에서는 아이폰 관련 검색이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베이(EBAY)는 자사 제품 판매량의 40% 이상이 중고 혹은 리퍼브 상품이라고 밝혔다. 이베이의 스티브 프리스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이 같은 재판매 전략은 우리에게 경쟁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리스크의 현실화가 중고 시장 전반의 확산을 촉진하면서, 신규 유통시장보다 리세일 생태계가 오히려 가격 안정성과 구매 여지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