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중국 고객에 대한 기술 제공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 *인공지능* 개발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중국 고객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첨단 AI 칩 설계에 필수적인 도구로, 이를 차단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즈(CDNS)와 시놉시스(SNPS)의 주가는 각각 10.7%와 9.6% 급락했다. 두 회사는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NVDA)의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에 나왔다. 엔비디아는 이미 4월초 백악관이 중국 AI 칩 수출을 규제한 여파로 일부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당시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별도 개발한 H20 칩 일부 판매가 막히는 타격을 받았으며, 경쟁사 AMD 역시 약 8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를 정면 비판하며, 이 정부 정책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독자적 칩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만 까먹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확산 규제안’을 폐지하고,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과 기술 거리를 벌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향후 자체 규제안을 도입해 미제 칩이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차단할 계획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양국 간 반도체 전쟁의 긴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전망이다. 동시에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단기적인 충격파가 불가피해 보인다.